I. 사건 개요
K건설 주식회사는 건설업을 영위하는 법인 사업주이고, 협력업체에게 철근 콘크리트공사를 하도급하였습니다. 협력업체 소속 일용직 근로자인 피재자는 190kg 상당의 U자형 철근 150개 1묶음을 이동식 크레인에 묶어 인양하는 철근 인양 작업의 신호수로서 공사 현장 지하 2층에서 무전기로 신호를 주던 중 U자형 철근이 8m 아래로
떨어져 피재자의 머리에 부딪혔고, 피재자는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결국 사망하였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2023. 10. 6. K건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게 ①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아니한 점, ②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지 아니한 점, ③ 도급받는 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 기준 및 절차를 전혀 마련하지 아니한 점을 근거로 중대재해처벌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 6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또한, K건설 주식회사에게는 벌금 2,000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II. 판결의 쟁점
1.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업무 절차 마련
본 판결에서 법원은 △ 피고인이 안전보건 관련 전문가와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관련 컨설팅 및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 안전보건경영시스템 매뉴얼을 만들었으며, △ 안전보건 관련 초청강연, 자문 등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사업장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① 피고인이 만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매뉴얼이 일반적인 공사현장에서 지켜야 할 매뉴얼일뿐 이를 공사 현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초청강연, 자문 역시 공사현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라고 볼 수 없는 점, ③ 종전에 실시된 위험성 평가 역시 이 사건 공사현장의 실질적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형식적으로 작성되었고, ④ 2022. 2. 19. ~ 3.경 작성된 위험성평가표에는 철근 인양 시에 1줄로 결속하여 인양할 경우의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2줄로 결속하여 인양 시 수평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음에도 이처럼 확인된 위험성을 개선하는 절차가 마련되지 아니하였고 이후의 위험성평가표에는 해당 위험성 평가가 누락된 점 등을 근거로 하였습니다.
앞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문제된 사건에서 시행령 제4조 제3호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
차의 마련’이 문제된 사건은 해당 절차의 존재 자체가 문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본 판결에서는 유해·
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자체는 존재하였더라도 그 절차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
을 확인 및 개선하는 절차가 아니라면 해당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제4호 선고 사건인 이른바 ‘M건설’ 사건(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3. 8. 25. 선고 2023고
합8 판결 – 항소심 계속 중)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1호의 ‘안전·보건목표 및 경영방침’을 해당 사업
(장)의 특성 반영 없이 업계에서 통용되는 표준적인 양식을 활용할 경우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대재해처벌법령상의 의무 이행을 실질적인 관점에서 판단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본 판결에서는 2022. 2. 19. ~ 3.경 실시된 위험성평가에서 크레인 작업 시 철근(H-beam)을 1줄로 결속하여 인양할 경우의 위험성이 인식되었음에도 이를 개선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음에 비추어 보면, 사업장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이를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2.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대한 평가 기준 마련
본 판결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업무를 각 사업장에서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관리
책임자 등이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① 피고인이 안전보건경영시스템 매뉴얼 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업무수행평가방법 및 기준, 평가에 따른
포상기준을 정해두었다고 하나, 이는 본 공사현장과 관련한 기준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현장소장 역시 수사기관에서 평가 기준이 존재하는지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③ 마련된 안전보건경영시스템 매뉴얼은 일반적인 기준일 뿐 이를 두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업무를 각 사업장에서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당 업무의 업무 충실도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근거로 하였습니다.
위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5호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과 평가·관리’는 중
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서 가장 많이 문제된 사항 중 하나입니다. 위 판결에 따르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 대한
평가 기준 역시 단순히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평가 기준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각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실질적
으로 이를 평가할 수 있도록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새로운 공법이 적용된 공사현장이라면 해당 공법
에 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안전보건조치의 도입 및 이행 여부 등을 평가 항목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상당인과관계 여부
본 판결에서 법원은 △ 2023. 2. 19. ~ 3. 작성된 위험성평가표에 철근을 1줄로 결속하여 인양 시 위험하므로 2줄로 결속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는 점, △ 위와 같이 평가된 위험성을 개선하는 절차가 전혀 이루어지 아니한 점, △ 이후 이루어진 위험성평가표에는 1줄 걸이 작업의 위험성에 대한 평가가 누락되어 있었다는 점, △ 결국 이 사건 사고는 1줄 걸이 작업의 위험성이 개선되지 아니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공사현장의 위험성을 실질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었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므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전후로 ①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미이행과 ② 산업안전보건법령 상의 구체
적인 안전보건조치의무 미이행, ③ 재해 발생 사이에 2단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이 논의되어 온 바 있
습니다.
본 판결에서도 상세히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일응 ① 중대재해처벌법령 상 유해·위험요인 개선 절차의 부존재 → ② 위험성평가에 따라 파악된 유해·위험요인(철근의 1줄 결속 인양 시의 낙하 위험)의 개선 미실시 → ③ 이 사건 재해 발생의 구조로 인과관계를 파악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